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상속세에 대해 가장 많이 보이는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배우자가 살아있으면 10억 원, 배우자가 없으면 5억 원까지는 상속세가 0원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상속세 신고를 진행해 보면 이 공식이 모든 가정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10억 원, 5억 원이라는 숫자는 기본적인 상속공제 항목들을 아주 단순화시켜서 설명한 '참고치'일 뿐입니다.
실제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아래 두 가지 조건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법정상속인이 누구인가?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의 생존 여부)
실제로 누가, 얼마만큼의 재산을 물려받는가?
오늘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배우자와 자녀 유무에 따른 상속세 공제 금액'을 가장 대표적인 4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꼼꼼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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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 구성과 분할 방식에 따른 상속세 4가지 케이스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고인(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을 합산한 뒤, 장례비용이나 채무액, 그리고 각종 공제액을 빼고 남은 금액(과세표준)에 세율을 매깁니다.
여기서 세금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바로 '일괄공제'와 '배우자상속공제'입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있지만, '배우자'가 전부 상속받는 경우
간혹 자녀들이 어머니나 아버지의 노후를 위해 "저희는 안 받을 테니, 남은 재산은 모두 부모님(배우자) 명의로 돌려주세요"라고 합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배우자가 재산을 100% 다 가져간다고 해서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상속공제를 동시에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을 때는 일괄공제 적용이 배제됩니다.
또한, 배우자가 받은 재산 전부가 공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 세 가지 기준 중 가장 작은 금액까지만 공제가 가능합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액
법정상속분 한도 내의 금액 (배우자는 자녀보다 1.5배 많은 지분을 가짐)
배우자상속공제 법정 최대 한도액 (30억 원)
당장의 상속세를 아끼려고 배우자에게 재산을 몰아주게 되면, 훗날 그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자녀들이 또다시 상속세를 내야 하는 '2차 상속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향후 발생할 세금까지 예측하여 비율을 나누는 것이 현명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있지만, '자녀'들만 상속받는 경우
그렇다면 반대로, 살아계신 배우자는 한 푼도 받지 않고 자녀들끼리만 재산을 나누어 가지면 어떻게 될까요?
"배우자가 상속받은 게 없으니, 배우자 공제는 한 푼도 못 받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실제 받은 재산이 없더라도, 최소 5억 원의 배우자상속공제는 기본적으로 인정됩니다.
게다가 이 경우에는 자녀가 상속에 참여했으므로 일괄공제 5억 원도 함께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합 10억 원의 공제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우리 집 재산은 아파트랑 예금 합쳐서 9억이니까 세금 안 내도 되겠네!"라고 안심하시면 위험합니다. 상속세 계산 시에는 눈에 보이는 현재 재산 외에도 아래 항목들이 포함됩니다.
사망 전 10년 이내에 자녀나 배우자에게 미리 준 증여재산 (사전증여)
사망으로 인해 지급받는 생명보험금
고인에게 지급될 예정인 퇴직금
사망 직전 통장에서 출금되었지만 어디에 썼는지 증빙할 수 없는 돈
이 항목들을 모두 합쳤을 때 10억 원이 훌쩍 넘어 뒤늦게 억대의 세금 고지서를 받는 경우가 흔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녀가 없고,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
자녀가 없는 부부라면 당연히 남은 배우자가 모든 재산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은 다르게 봅니다. 고인의 '부모'가 살아계시다면, 배우자와 부모가 공동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인의 부모가 생존한 경우: 배우자와 부모가 비율대로 나누어 가짐 (배우자 단독 상속 아님)
고인의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 비로소 배우자가 100% 단독 상속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었다면, 1번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일괄공제 5억 원'은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기초공제 및 인적공제에 배우자상속공제를 더해 계산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공동 상속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의 법정 지분이 줄어들어 공제 한도 역시 쪼그라들 수 있으니 반드시 생존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이미 사망하여, '자녀'들만 상속받는 경우
고인에게 생존해 있는 배우자가 아예 없다면 안타깝게도 배우자상속공제는 단 1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때는 다음 두 가지 계산법 중 더 큰 금액을 공제받게 됩니다.
A안: 기초공제(2억 원) + 자녀공제(1인당 5천만 원) 등 기타 인적공제
B안: 일괄공제 (5억 원)
예를 들어 성인 자녀가 2명이라면, A안은 3억 원(기초 2억 + 자녀 1억)이 됩니다. B안의 일괄공제가 5억 원으로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 B안을 선택해 5억 원을 공제받습니다.
단, 자녀의 수가 아주 많거나 미성년자·장애인 자녀가 있어 공제액이 커진다면 A안이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우자가 있을 때보다 과세표준이 훨씬 높아져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상속세는 누가 얼마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공제액이 천차만별입니다. 그 결과 세금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차이가 벌어집니다.
진짜 문제는 부동산 등기나 예적금 명의 이전을 섣불리 끝내버린 후에는 이를 다시 무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재산을 다시 나누려다가는 증여세나 취득세라는 또 다른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의 이전을 서두르기보다는, 사전에 여러 가지 분할 시나리오를 세워보고 예상 상속세를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 내역이나 과거 증여 내역까지 모두 점검하여 남은 가족 모두가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비하시길 바랍니다.